전체 글53 영화 | 터미널 리뷰(터미널 생존기, 공항생활에서 발견하는 낭만, 끈기)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공항에 갇힌 남자 이야기"라는 설정이 그냥 억지 코미디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빅터 나보르스키라는 남자가 보여준 태도가, 요즘 제 삶과 너무 선명하게 대비되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터미널', 공항에 갇혔지만 무너지지 않은 빅터의 생존기영화 속 빅터는 조국 크라코지아에서 쿠데타(coup d'état)가 발생하면서 하루아침에 무국적자 신세가 됩니다. 여기서 쿠데타란 기존 정부를 물리적 수단으로 전복하는 행위를 뜻하는데, 이 사건 하나로 빅터의 여권은 그 순간부터 아무런 법적 효력을 잃게 됩니다. 미국 입국도, 귀국도 모두 불가능해진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습니까?빅터가 선택한 방식.. 2026. 4. 8. 영화 | 미키17 리뷰(미키17의 세계관, 생명윤리, 크리퍼를 통해 보는 인간 이기주의) 영화관을 나오면서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미키가 열여섯 번째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거든요. "저 사람들, 미키가 사람이라는 것을 잊었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은 단순한 SF 블록버스터가 아니었습니다. 복제인간, 계급 착취, 외계 생명체와의 충돌이라는 세 개의 층위가 맞물리며 불편한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미키17, 마카롱집 망해서 우주 간 게 아니었다 — 미키17의 세계관혹시 영화를 보면서 "왜 하필 마카롱집 빚 때문에 우주까지 가냐"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처음엔 그냥 웃어넘겼는데, 알고 보니 감독이 일부러 단순화한 설정이었습니다.원작 소설에서 미키는 역사학자였습니다. 기술이 너무 발전한 나머지 인간이 굳이 일.. 2026. 4. 7. 영화 | 탑건: 매버릭 리뷰(옛 동료의 아들, 무인기 vs 인력, 인력만이 갖고 있는 도전정신) 솔직히 저는 탑건 원작을 보지 못한 채로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1986년작을 건너뛰고 봐도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그 걱정이 완전히 기우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탑건: 매버릭은 원작 팬뿐 아니라 처음 접하는 관객까지 붙잡는, 보기 드문 속편입니다. '탑건 : 매버릭' 루스터와 매버릭, 선택의 무게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오래 마음에 걸렸던 장면은 화려한 공중전이 아니었습니다. 매버릭이 루스터의 해군 사관학교 입학 원서를 몇 년째 반려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구스의 아내는 세상을 떠나기 전, 매버릭에게 손을 잡고 부탁했습니다. 아들만큼은 위험한 길을 걷게 하지 말라고요. 매버릭은 그 말을 지키기 위해 루스터가 꿈을 향해 뻗으려 할 때마다 조용히 길을 막아왔습니다. 만약 제가 그 자리였다면 어땠.. 2026. 4. 7. 영화 | F1 더 무비 리뷰(도파민 폭발, 팀워크와 전략, 애플 스튜디오) 솔직히 저는 이전에 F1을 단 한 번도 챙겨본 적이 없었습니다. 자동차가 빠르게 도는 게 뭐가 재미있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 한 편이 그 편견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습니다. 극장을 나오는 길에 제가 F1 중계 일정을 검색하고 있었다는 게 그 증거입니다. F1 더 무비, 극장을 뒤흔든 도파민의 정체F1 더 무비는 단순한 레이싱 영화가 아닙니다. 전반부부터 심장이 쫄깃해지는 장면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핵심에는 소니 헤이즈라는 인물의 경기 운영 방식이 있었습니다.소니는 레이스 초반 포메이션 랩(formation lap)을 전략 도구로 활용합니다. 포메이션 랩이란 본 레이스 출발 전 타이어 온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전체 차량이 함께 도는 준비 주행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모든 드라이버가 동일하게 활용하는 구.. 2026. 4. 7. 영화 | 알라딘 리뷰(디즈니 실사판 알라딘, 엄청난 영상미와 OST, 주체적인 공주 자스민) 2019년 개봉한 디즈니 실사판 알라딘은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10억 달러를 돌파한 작품입니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그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애니메이션 원작이 이미 워낙 유명한 탓에 반신반의하며 극장에 들어섰는데, 첫 장면부터 완전히 시선을 빼앗겼습니다. 영화 알라딘, 배경과 연출이 만들어낸 세계관실사 영화에서 가장 어려운 도전 중 하나는 세계관의 시각적 구현입니다. 영화 용어로 프로덕션 디자인(Production Design)이라고 하는데, 이는 배경, 세트, 소품까지 포함해 영화 전체의 시각적 분위기를 설계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알라딘은 이 부분에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아그라바라는 가상의 아라비아 도시는 모로코와 요르단 등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을 실제 촬영 배경으로 활용해 완성.. 2026. 4. 7. 영화 | 헬프 리뷰(법에도 존재한 인종차별, 화이트세이비어 논란, 용기의 무게)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1960년대 미국의 인종차별이 얼마나 일상에 깊숙이 박혀 있었는지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영화 헬프(The Help)를 보고 나서야 "이게 고작 60년 전 이야기라고?" 싶은 충격이 밀려왔습니다. 차별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결국 평범한 사람이 용기를 내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은 영화입니다. 헬프, 60년 전 미국, 차별이 법으로 보장되던 시대를 보여준 영화헬프의 배경은 1960년대 미국 미시시피 주 잭슨입니다. 이 시기는 짐 크로 법(Jim Crow Laws)이 여전히 살아 있던 시대였습니다. 짐 크로 법이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미국 남부 주를 중심으로 시행된 인종 분리 법률로, 흑인과 백인의 공공시설 이용을 법적으로 구.. 2026. 4. 7. 이전 1 ···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