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9 영화 | 미녀는 괴로워(2006) 리뷰(외모지상주의, 섀도우싱어, 마리아, 성형수술) 2006년 개봉해 누적 관객 수 660만 명을 기록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오랜만에 다시 봤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유쾌한 성형 판타지 정도로 흘려봤는데, 두 번째로 보니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습니다. 웃음과 감동 사이에서 외모지상주의라는 사회 구조를 꽤 날카롭게 건드리고 있거든요.미녀는 괴로워 : 섀도우싱어, 목소리로만 존재했던 여자주인공 한나는 섀도우 싱어(shadow singer)로 일합니다. 여기서 섀도우 싱어란 공식적으로 이름을 내걸지 못하고, 인기 가수의 뒤에서 실제 노래를 대신 불러주는 사람을 뜻합니다. 무대 위에 서는 건 외모를 갖춘 '아미'고, 실제 음악적 역량은 한나가 채우는 구조입니다. 실력이 있어도 외모가 받쳐주지 않으면 앞에 나설 수 없다는 현.. 2026. 4. 21. 영화 | 신세계(2013) 리뷰 (드루와, 우정, 형님문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칼을 든 사내들이 사방을 에워싼 그 장면. 저는 처음 그 씬을 봤을 때 단순히 잔인한 액션으로만 넘겼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볼 때는 달랐습니다. 정청이라는 인물이 왜 그 선택을 했는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이 영화가 단순한 조폭물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신세계 "드루와" — 엘리베이터 씬이 남긴 것일반적으로 조폭 액션 영화의 폭력 씬은 주인공의 강함을 과시하는 장치로 쓰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신세계의 이 장면에서는 전혀 다른 감정을 받았습니다. 정청이 "드루와, 드루와"를 외치며 혼자 감당하는 그 씬은, 강함의 과시가 아니라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소멸에 가까웠습니다.카타르시스(catharsis)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카타르시스란 극적인 장면을.. 2026. 4. 21. 영화 | 올드보이(2003) 리뷰 (군만두 추적, 감금 서사, 진실의 무게) 복수극이라면 대개 주인공이 치밀하게 준비하고 화려하게 움직인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복수의 대상을 찾아내는 방법은 달랐습니다. 저도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설마 이게 진짜 방법이야?" 싶었는데, 오히려 그게 더 오래 머릿속에 남더군요. 올드보이 군만두 추적, 혀끝에만 남은 감각일반적으로 감금 서사에서 탈출한 주인공은 첨단 기술이나 인맥을 동원해 적을 추적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올드보이는 그 공식을 완전히 뒤집습니다. 오대수가 15년 동안 영문도 모른 채 갇혀 있던 공간에서 유일하게 지속된 것은 매일 배달되던 군만두였고, 그는 오직 그 맛 하나에 의존해 자신을 가둔 장소를 찾아 헤맵니다.저는 이 장면에서 묘한 긴장감을 느꼈습니다. 과연 15년이 지난 기억 속 맛을.. 2026. 4. 21. 영화 | 베테랑 리뷰(천만영화, 조태오, 갑질, 실화) 재벌 3세가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돈다발을 던지는 장면, 그게 영화가 아니라 실제 뉴스 기사였다면 어떨까요? 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은 그 불편한 질문을 스크린 위에 그대로 올려놓았습니다. 처음엔 가볍게 웃으면서 봤는데, 어느 순간부터 웃음이 멈췄습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을 때 받은 충격이 아직도 선합니다. 베테랑,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사회고발이었다영화는 시작부터 경쾌합니다. 강력반 형사 서도철이 불륜 커플로 위장해 중고차 절도 조직에 미끼를 던지는 장면은 웃음기가 넘칩니다. 광역수사대(Wide-Area Investigation Unit)가 작업장을 급습하는 장면도 시원시원해서 그냥 오락 액션물로 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광역수사대란 특정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광범위한 범죄 조직을 동시에 .. 2026. 4. 17. 영화 | 써니 리뷰(학창시절, 우정, 성장) 2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사람은 어린 시절 가장 빛났던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영화 써니는 그 감각을 정확하게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저도 80년대 학생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제가 실제로 그 교실 안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몰입감을 느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써니 멤버들의 학창시절, 왜 지금도 공감이 될까영화는 나미라는 인물의 현재 일상에서 시작합니다. 누군가의 아내이자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는 평범한 중년 여성. 그런 나미가 우연히 병원에서 옛 친구 춘화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출발합니다. 춘화는 당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남은 시간이 2개월 남짓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저도 솔직히 멍했습니다. 그렇게 에너지 넘치던 춘화가.여기서 시.. 2026. 4. 15. 영화 | 명량 리뷰(천만영화, 이순신, 울돌목, 거북선,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가 이렇게 손에 땀을 쥐게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같은 영화를 두 번 이상 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명량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반사적으로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척 대 130여 척. 숫자만 봐도 말이 안 되는 싸움이었는데, 그 결말을 알면서도 두 시간 내내 불안했습니다. '명량' 이순신이 처한 상황, 얼마나 절박했을까1597년, 조선 수군은 칠천량 해전에서 사실상 궤멸에 가까운 패배를 당합니다. 칠천량 해전이란 당시 수군 통제사 원균이 지휘한 전투로, 조선 수군이 보유하던 거북선을 포함한 대부분의 전선을 잃은 역사적 대패를 말합니다. 이 전투 이후 살아남은 전선은 배설 장수가 후퇴하면서 가져온 판옥선 12척뿐이었습니다.. 2026. 4. 13. 이전 1 2 다음